저는 일본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일명 “일알못” 입니다. 평소 애니메이션, 일본 드라마, 영화는 물론이고 일본 문화 자체에 아예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을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살면서 관심을 가질 계기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관심이 없으니 당연히 일본어도 전혀 몰랐습니다. 기초적인 히라가나도 읽을 줄 모르고, 일본어를 들을 수도 없고, 당연히 말할 수도 없습니다.
남들이 장난 삼아 쓰는 “나니?”, “고멘~” 같은 기초적인 일본어도 저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평생 일본에 갈 일도, 일본어를 쓸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알아야 할 이유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게 살던 제게, 어느 날 갑자기 일본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 경험이 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내가 일본어를 조금은 배우겠다고 결심한 이유
일본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라멘이나 우동과는 맛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평소에 짜고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적당히 짭짤하면서도 달고 깊은 맛이 나서 제 입에 딱 맞았습니다.

‘일본 차원이 달라 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일본 맥주는 한국이랑 차원이 달라!”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합니다.
저는 차원이 달라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공기 맑은거 정도는 차원이 다르긴 했지만요? 아무래도 섬이라 좀더 환기가 잘되나?
음식 역시 한국에도 맛있는 게 워낙 많다 보니, 차원이 다르다기보다는 ‘주된 맛의 계열이 다르다‘고 느껴졌습니다. 한국이 매콤 짭짤한 계열이라면, 일본은 달고 짭짤한 계열에 가깝달까요?
하지만 우동은 진짜로 차원이 다르긴 했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일반 우동집이나 일식 우동집에서 먹어도 엄청 맛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먹은 우동은 정말로 엄청 맛있었습니다. 너무 맛이 다른 느낌이어서 한국 식당의 우동과는 그냥 다른 종류의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 이 감동적인 음식들을 먹으러 다음에도 꼭 다시 와야겠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다음 여행 때는 최소한 식당에서 음식 주문 정도는 내 입으로 직접 할 수 있게 기초적인 일본어는 배워두자고요.
그런데 저는 많이 공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여행가서 음식 주문 같은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만 되면 충분할것 같습니다.
우선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느낀 게 바로 ‘기본적인 숫자 말하기‘였습니다. 제가 왜 숫자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느꼈는지, 실제 경험했던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일본어 숫자 정도는 말할수 있어야 되는 이유1
저는 궐련형 담배인 아이코스를 피우는데, 일본에 갔더니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게 담배 종류가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몇 가지 종류만 보이는데 일본 편의점에는 처음 보는 제품도 많았고 종류 자체도 수백 가지가 되어 보일 정도로 다양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실제로 한 이백번대도 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이것저것 골라 피우는 재미는 있었지만 문제는 제가 일본어를 단 한 마디도 못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담배를 사려면 몇 번인지 몇 개 인지 말을 해야 살수 있잖아요? 가자 마자 첫 번째 구매를 하려고 줄을 기다리는데 살짝 초조하고 막막했습니다.
일본어로 숫자를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어쩔수 없이 차례가 와서 영어로 대충 말했습니다.
“Number 123, two packs, please.” 이런식으로 말했던것 같습니다.
다행히 직원분이 잘 알아듣고 계산까지 잘 해줘서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눈치껏 담배 번호를 영어로 말하고, 뒤에 “히토츠 쿠다사이(하나 주세요)”를 붙여서 연명하긴 했습니다. 이때 뼈저리게 느꼈죠. ‘아, 숫자 정도는 무조건 말할 줄 알아야겠구나.’
일본어 숫자 정도는 말할수 있어야 되는 이유2
물론 요즘 파파고 앱도 잘 되어 있고, 대도시 큰 가게들은 영어도 통합니다.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키며 주문해도 대충 해결은 되죠. 하지만 모든 가게가 영어가 통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식당에 가서 맥주 2잔, 교자 3개, 초밥 4개를 시켜야 하는 상황이 오면 또 막막해집니다.
하나를 뜻하는 “히토츠”만 알아도 하나씩 계속 주문하며 대충 버틸 수는 있지만, 2개, 3개, 4개를 말해야 할 때 입이 안 떨어지니 참 답답했습니다.
간단한 숫자 표현만 알아도 여행이 훨씬 편하고 재미있어질 텐데 말이죠. 그래서 이정도는 말할줄 알아야 되겠구나 하고 또 느꼈습니다.
그럼, 일알못의 일본어 공부 첫 번째 주제인 [기본 숫자 및 물건 세는 방법]을 바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본 숫자 읽기
| 숫자 (한자) | 일본어 읽기 (발음) | 특징 및 팁 |
|---|---|---|
| 1 (一) | いち (이치) | |
| 2 (二) | に (니) | |
| 3 (三) | さん (산) | |
| 4 (四) | し / よん (시/욘) | ‘시’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욘’을 더 많이 씀 |
| 5 (五) | ご (고) | |
| 6 (六) | ろく (로쿠) | |
| 7 (七) | しち / なな (시치/나나) | 보통 ‘나나’를 훨씬 자주 씀 |
| 8 (八) | は치 (하치) | |
| 9 (九) | きゅう / く (큐-/쿠) | 보통 ‘큐-‘를 쓰고, 가끔 ‘쿠’로 읽기도 함 |
| 10 (十) | じゅう (쥬-) |
2가지로 읽는 숫자 – 4
4시 ➡ よじ (요지)
4월 ➡ しがつ (시가츠)
14일 / 24일 ➡ じゅうよっか (쥬-욧카) / にじゅうよっか (니-쥬-욧카)
4학년 ➡ よねんせい (요넨세-) ‘욘넨세-‘가 아니라 ‘요’로 줄여서 읽음
4는 ‘시’ 로도 읽고 ‘욘’ 이라고도 읽는데 네개는 ‘욧츠’니까 사(4)를 욘이라 읽는건 넷이라 읽는 느낌인가보다? 그리고 욧츠는 네개고?
4월은 ‘욘가츠’가 아니라 ‘시가츠‘라고 읽고, 4시는 ‘시지’가 아니라 ‘요지‘라 읽는 관습이 있다는데
사월이라 읽고 네시라 읽는 느낌이랑 비슷한건가?
2가지로 읽는 숫자 – 7
7시 ➡ しちじ (시치지) 이치지랑 헷갈릴 수 있어서 일본인들도 약속 잡을 때는 명확하게 ‘나나지’라고 바꿔 말하기도 함
7월 ➡ しちがつ (시치가츠)
17 ➡ じゅうしち (쥬우시치)
70 ➡ ななじゅう (나나쥬우)
7백 ➡ ななひゃく (나나햐쿠) 700엔 같은 돈을 말할 때는 무조건 ‘나나햐쿠’
왜 7은 시치보다 나나를 많이 쓸까? -시치가 이치 처럼 들릴 수 있어서?
70(나나쥬-), 700(나나햐쿠)처럼 명확하게 숫자를 말할 때는 무조건 ‘나나’를 씀. 왜냐하면 ‘시치’라고 발음하면 1(이치)이나 8(하치)이랑 귀로 들을 때 헷갈리기 때문.
전화 번호 말할때도 ‘영일영’을 ‘공일공’이라 말하는 것이랑 비슷한가? 그냥 관습적인 것? 편하게 말하는 것?도 있고 명확하게 말하기 위해서도 있고? 그냥 그러다가 관습적으로 굳어진건가?
2가지로 읽는 숫자 – 9
9는 보통 ‘큐-‘로 읽지만, 시간과 달을 말할 때는 ‘쿠’로 소리가 고정
9시 ➡ くじ (쿠지)
9월 ➡ くがつ (쿠가츠)
물건 세는 숫자 읽기(하나, 둘, 셋… )
| 물건 개수 | 일본어 읽기 (발음) |
|---|---|
| 1개 | ひとつ (히토츠) |
| 2개 | ふたつ (후타츠) |
| 3개 | みっつ (밋츠) |
| 4개 | よっつ (욧츠) |
| 5개 | いつつ (이츠츠) |
| 6개 | むっつ (뭇츠) |
| 7개 | ななつ (나나츠) |
| 8개 | 야っつ (얏츠) |
| 9개 | ここのつ (코코노츠) |
| 10개 | とお (토오) |
재밌는건 10 이후로는 위의 숫자세기를 안쓴다고함? 11개 달라고 할때는 그냥 “쥬-이치 쿠다사이. (十一 ください)” 하면 되나봄?
큰 숫자 및 단위
| 숫자 | 한자 표기 | 일본어 읽기 (발음) |
|---|---|---|
| 11 | 十一 | じゅういち (쥬-이치) |
| 15 | 十五 | じゅうご (쥬-고) |
| 20 | 二十 | にじゅう (니-쥬) |
| 30 | 三十 | さんじゅう (산-쥬) |
| 99 | 九十九 | きゅうじゅうきゅう (큐-쥬-큐) |
| 100 | 百 | ひゃく (햐쿠) |
| 1,000 | 千 | せん (센) |
| 10,000 | 万 | まん (만) |
| 100,000 | 十万 | じゅうまん (쥬우만) |
| 1,000,000 | 百万 | ひゃくまん (햐쿠만) |
| 10,000,000 | 千万 | せんまん (센만) |
| 100,000,000 | 億 | おく (오쿠) |
[큰 숫자 연습해보기]
| 실전 숫자 | 한자 표기 | 일본어 읽기 (발음) | 💡 100 / 1000단위 변칙 파헤치기 (꿀팁) |
|---|---|---|---|
| 122 | 百二十二 | ひゃくにじゅうに (햐쿠 니-쥬- 니) |
가장 정석적인 100(햐쿠) 조합 예시 |
| 322 ★ | 三百二十二 | さんびゃくにじゅうに (산뱌쿠 니-쥬- 니) |
[300 변칙] 3 뒤에서는 햐쿠가 아니라 ‘산뱌쿠’로 탁하게 발음해요! |
| 422 | 四百二十二 | よんひゃくにじゅうに (욘햐쿠 니-쥬- 니) |
4는 ‘시’가 아니라 ‘욘’으로 시작하는 정석 조합 |
| 622 ★ | 六百二十二 | ろっぴゃくにじゅうに (록뺘쿠 니-쥬- 니) |
[600 변칙] ‘로쿠햐쿠’가 아닙니다! ‘록뺘쿠’로 세게 튕겨주세요. |
| 822 ★ | 八百二十二 | はっぴゃくにじゅうに (하っ뺘쿠 니-쥬- 니) |
[800 변칙] ‘하치햐쿠’가 아닙니다! ‘하뺘쿠’로 세게 발음합니다. |
| 3,000 ★ | 三千 | さんぜん (산젠) |
[3,000 변칙] 천(센) 단위의 복병! 3천은 ‘산센’이 아니라 ‘산젠’입니다. |
| 6,000 | 六千 | ろくせん (로쿠센) |
[정석 주의] 600(록뺘쿠)과 달리 6천은 변칙 없이 정직한 ‘로쿠센’! |
| 8,000 ★ | 八千 | はっせん (하っ센 / 핫센) |
[8,000 변칙] ‘하치센’이 아닙니다! 800처럼 숨을 딱 참고 ‘하ㅅ센’! |
| 15,000 | 一万五千 | いちまんごせん (이치만 고센) |
10,000 앞에 1(이치)을 빼먹지 않는 만 단위 핵심 실전 |
천·만 단위 변칙 한눈에 보기
- 3,000 ➡ 산젠 (さんぜん): 300(산뱌쿠)과 마찬가지로 ‘산’ 받침 뒤에서 발음이 부드럽게 굴러가느라 ‘센’이 아니라 탁한 소리인 ‘젠’으로 변합니다.
- 8,000 ➡ 하っ센 (はっせん): 800(하뺘쿠)처럼 원래 ‘하치’의 ‘치’ 발음이 사라지고 숨을 멈추는 받침(
っ)으로 변해 한국어 [하ㅅ센/핫센]에 가깝게 들립니다. - 6,000 ➡ 로쿠せん (ろくせん): 600(록뺘쿠)과 헷갈리기 쉽지만, 6천은 변칙 없이 그냥 정석대로 읽어주시면 됩니다.
만 단위를 읽는 한국어와 일본어의 결정적 차이
- 한국어: 그냥 ‘만’이라고 읽음 (예: “만 원 주세요.”)
- 일본어: 반드시 앞에 1을 붙여서 ‘이치만(いちまん)’이라고 읽어야 함!
만 단위 – 여기서 생기는 아주 신기한 의문점!
“왜 10,000은 굳이 귀찮게 ‘이치만’이라고 하면서, 100은 ‘이치햐쿠’가 아니라 그냥 ‘햐쿠’라고만 할까?”
그 이유는 일본인들의 발음의 효율성과 오해 방지 때문!
10,000(이치만)에 1을 꼭 붙이는 이유: 만(万)은 일본어로 ‘만(まん)’인데, 문장 속에서 이 단독 발음은 너무 짧고 약합니다. 대화 중에 그냥 “만!” 하고 넘어가면 상대방 귀에 아예 안 들리거나 지나쳐버릴 위험이 큽니다. 큰돈이 오가는 단위인 만큼 오해를 막기 위해 확실하게 ‘이치만’이라고 말하는 것.
100(햐쿠)에 1을 안 붙이는 이유: 일본인들은 발음을 빠르게 굴리는 걸 좋아합니다. ‘이치햐쿠’를 빠르게 발음하면 ‘치’ 소리가 씹히면서 ‘이뺘쿠’나 ‘이햐쿠’처럼 들리게 됩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오히려 더 헷갈리기 때문에 그냥 깔끔하게 ‘햐쿠’만 씀.
번호로 말하기
편의점에서 담배 번호를 부르거나, 메뉴판에 적힌 번호로 주문할 때 뒤에 ‘~반(番)’만 붙이면 끝
1번 → 一番 (いちばん) 이치반
2번 → 二番 (にばん) 니반
10번 → 十番 (じゅうばん) 쥬우반
111번 → 百十一番 (ひゃくじゅういちばん) 햐쿠쥬우이치반
최종 마무리를 위한 실전 문장 연습
이 정도만 제대로 알아두어도 여행 가서 숫자로 당황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 가서 10만 단위 이상을 말로 쓸 일은 전혀 없겠지만요.
이자카야에서 시원하게 생맥주 대량 주문할 때:
“나마비루 토오 쿠다사이!“
(生ビール、とお ください / 생맥주 10개 주세요!)
※ 실제로 10잔을 한 번에 주문할 일은 없겠지만 연습 삼아…
편의점에서 222번 담배 하나 달라고 할 때:
“니햐쿠 니쥬- 니 반, 히토츠 쿠다사이!”
(二百二十二番、ひとつください / 222번 하나 주세요!)
그런데 억이 굉장히 재밌네요. 억이 어쿠 이런 느낌? 오쿠 니까, 마치 일본인들이 받침 발음을 못해서 뒤로 밀려나는 그런 느낌? 약간 맥도날드가 매그도나르드가 되는 그런 느낌? 그게 맞나? 알아보니 맞다고는 하는데 100%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뭐 몰라도 상관은 없을 듯 합니다만. 일본에서 전혀 쓸일이 없는 숫자라서요.
여기까지 일알못의 일본어 공부 첫 걸음인 ‘숫자 편’이었습니다. 일부 내용은 그냥 숫자를 보면서 제가 외우기 쉽게 제 생각을 덧붙여 봤는데, 저와 같은 일알못 분들에게도 소소한 재미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도 일알못의 눈높이에서 꼭 필요한 실전 팁으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