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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서 명함 돌리던 젠슨 황, 엔비디아는 어떻게 AI 시대의 주역이 되었을까

2026-06-19용산에서 명함 돌리던 젠슨 황, 엔비디아는 어떻게 AI 시대의 주역이 되었을까-섬네일

나는 원래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하드웨어 전문가 수준으로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컴퓨터를 맞출 때면 부품을 찾아보고, 새로운 CPU나 그래픽카드가 나오면 벤치마크를 구경하는 정도의 관심은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도 종종 나에게 컴퓨터 관련 질문을 하곤 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조금 넘는 어느 날, 친한 형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주식 투자 좀 해보려고 하는데 엔비디아는 어때 보이냐?”

당시 내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업계 압도적 1등이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마침 그 무렵에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었고, 딥러닝이나 인공지능 관련 기사를 보다 보면 CUDA라는 단어도 심심찮게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나 역시

“그래픽카드도 잘 만들고 AI 관련 기술도 뭔가 하고 있나 보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상상도 못 했다.

엔비디아가 훗날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기업이 되고,

젠슨 황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 중 한 명이 될 줄은.

이럴 줄 알았으면 주식을 샀지 않았겠나 싶다.

아마 지금쯤 파이어족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안타까운 것은 그 형도 사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때도 엔비디아는 충분히 큰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수준의 기업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실제로 액면분할 기준 현재 주가는 당시보다 수백 배 가까이 올랐으니, 지금 생각하면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앤비디아 젠슨황 방한 인기를 표현하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본 이미지는 젠슨황의 방한 모습과 인기를 보여주기 위한 AI로 생성한 예시 이미지입니다.

요즘은 뉴스만 틀어도 젠슨 황 이야기가 나온다.

AI 열풍 덕분에 엔비디아는 이제 단순한 그래픽카드 회사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엔비디아의 성장 덕분에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고,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관련 종목들은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물론 엔비디아가 잘 나가는 이유는 한국 때문이 아니라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들이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GPU를 수십만 장씩 구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 신기한 생각이 든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젠슨 황은 용산 전자상가를 직접 돌아다니며 영업을 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 세계 정상급 CEO로 대접받는 사람이지만, 당시에는 한국 유통업체 직원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우리 그래픽칩도 한번 써보시죠.”

라고 이야기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 역시 어릴 때 처음 컴퓨터를 샀을 때부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연히 생각했다.

엔비디아는 원래 잘 나가던 회사 아니었나?

그런데 조금만 찾아보니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그래픽카드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혼란스러웠고, 엔비디아는 수많은 경쟁자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그 시절 엔비디아에게 한국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시장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그래픽카드의 역사와 함께, 왜 엔비디아가 사업 초기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봤는지, 그리고 어떻게 용산에서 명함을 돌리던 회사가 세계 AI 산업의 중심이 되었는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한국은 생각보다 엄청난 시장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인구 5천만 명 정도의 중견 국가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이나 일본, 중국보다 훨씬 작다.

2000년대 초반 용산 전자상가의 인기
※ 본 이미지는 2000년대 초반 용산 전자상가를 표현하기 AI로 생성한 예시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PC 산업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속 인터넷이 대중화된 나라 중 하나였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라는 괴물이 등장했다.

거기에 PC방 문화까지 폭발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당시 해외에서는 PC방 자체가 굉장히 신기한 문화였다.

동네마다 수십 대에서 많게는 100대가 넘는 컴퓨터가 있었고,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PC방으로 향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워크래프트, 리니지, 뮤 온라인, 그리고 훗날 아이온과 서든어택까지 등…

한국 게이머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를 굴렸다.

PC방은 그래픽카드 회사의 꿈이었다

한국 PC방의 인기 - 그래픽 카드를 팔기 좋은 시장인 이유
※ 본 이미지는 한국 PC방의 인기를 표현하기 AI로 생성한 예시 이미지입니다.

그래픽카드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일반 소비자는 그래픽카드를 한 장 산다.

하지만 PC방은 다르다.

80대 PC방이면 그래픽카드 80장.

100대 PC방이면 그래픽카드 100장이다.

게다가 신제품이 나오면 한 번에 싹 교체한다.

전국에 수많은 PC방이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인구 규모만 보면 미국보다 작지만,

그래픽카드 소비 밀도만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심지어 한국 게이머들은 굉장히 까다로웠다.

프레임이 떨어지면 욕을 먹고,

드라이버가 불안정하면 바로 커뮤니티에 소문이 났다.

한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젠슨 황은 직접 용산으로 향했다.

당시 그래픽카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였다

지금 사람들에게 그래픽카드를 물어보면

AMD

NVIDIA

정도만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달랐다.

  • 3dfx
  • ATI
  • Matrox
  • S3
  • NVIDIA

모두가 경쟁하고 있었다.

특히 3dfx의 부두(Voodoo)는 사실상 전설이었다.

90년대 후반 게이머들에게는

“게임하려면 부두”

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한때는 엔비디아보다 훨씬 유명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GeForce 시리즈를 내놓으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GeForce 256을 통해 GPU라는 개념을 업계에 본격적으로 정착시킨다.

이후 3dfx는 몰락했고, 엔비디아는 결국 회사를 인수한다.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ATI와 엔비디아의 양강 구도가 시작된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8800GT

아마 이 시절 컴퓨터를 만졌던 사람이라면 다들 자기만의 추억 그래픽카드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라데온 9550.

누군가는 6600GT.

누군가는 7600GT.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8800GT를 기억한다.

나 역시 아마 8800GT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그냥 게임이 잘 돌아가는 좋은 그래픽카드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제품은 그래픽카드 역사에 남는 명작이었다.

8800GT는 상위 모델인 8800GTX에 가까운 성능을 내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했다.

지금으로 치면

RTX 5080급 성능을 RTX 5070 가격에 판 느낌

에 가까웠다.

그래서 전 세계 조립 PC 시장을 휩쓸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컴퓨터 맞춘다 → 8800GT 넣는다

수준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하드웨어 커뮤니티에서

역대 최고의 가성비 그래픽카드는?

이라는 질문이 나오면 항상 후보에 등장한다.

엔비디아가 승리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엔비디아는 점점 강해졌다.

GTX260.

GTX460.

GTX560 Ti.

GTX970.

GTX1060.

GTX1080 Ti.

이쯤 되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그래픽카드 = 지포스

라는 공식이 자리 잡았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외의 문제가 생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시장의 왕이 되었지만,

정작 그래픽카드 시장 자체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PC 시대는 끝났다”

2010년대 중반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당시 IT 업계에서는 이런 말이 정말 많이 나왔다.

PC 시대는 끝났다.

실제로 스마트폰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인터넷도 스마트폰.

쇼핑도 스마트폰.

SNS도 스마트폰.

영상 시청도 스마트폰.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는 PC보다 모바일 기기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요즘 학생들 중에는

폴더 개념이 낯설고,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이 더 익숙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PC 판매량도 정체되기 시작했다.

게이머 숫자 역시 무한정 늘어나지는 않았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보면 그래픽카드 시장만으로는 미래가 불안한 상황이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던 CUDA

그런데 바로 이 시기에 엔비디아는 이상한 짓을 한다.

2006년.

엔비디아는 CUDA라는 플랫폼을 공개한다.

당시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GPU는 게임용 아니야?

그런데 엔비디아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GPU로 과학 계산도 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다.

회사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었고 투자자들의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젠슨 황은 밀어붙였다.

그리고 훗날 밝혀진 바로는 이 결정이 회사의 운명을 바꾼다.

AI가 세상을 뒤집다

그리고 2010년대 후반.

딥러닝과 AI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병렬 연산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CPU보다 GPU가 훨씬 잘했다.

문제는 GPU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이미 수많은 연구자들이 CUDA 위에서 개발하고 있었다.

결국

NVIDIA GPU + CUDA

조합이 사실상의 표준이 된다.

시장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예전의 엔비디아는

게임하려고 GTX1060 사는 회사

였다.

지금의 엔비디아는

오픈AI가 GPU 수만 장 주문하는 회사

가 되었다.

예전에는 개인 고객 한 명이 그래픽카드 한 장을 샀다.

지금은 빅테크 기업 한 곳이 GPU 수만 장을 구매한다.

사업 규모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용산의 명함에서 AI 제국까지

돌이켜보면 엔비디아의 성공은 단순히 그래픽카드를 잘 만든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3dfx와 싸우던 시절에는 게임용 GPU를 만들었고,

한국 PC방 시장을 공략하던 시절에는 게이머들을 위한 그래픽카드를 팔았으며,

8800GT와 GTX1060으로 게이밍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남들이 게임용 부품 회사라고 생각하던 시절부터 GPU의 새로운 가능성을 준비했고, 결국 AI 시대가 열리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참 묘하다.

과거 용산 전자상가를 찾아와 그래픽카드를 팔기 위해 명함을 돌리던 회사가,

이제는 세계 최고의 IT 기업들이 줄을 서서 GPU를 사 가는 회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긴 역사 속에는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카운터스트라이크를 하고, 서든어택을 하고, 집에서 8800GT로 게임을 돌리며 즐거워했던 우리 같은 게이머들의 추억도 함께 남아 있다.

최근에는 젠슨 황이 한국을 방문해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만나고,

“K게임이 엔비디아를 키웠다”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립서비스가 섞여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한국은 엔비디아가 지금처럼 AI 기업이 되기 훨씬 전부터 그래픽카드를 가장 치열하게 사용하던 나라 중 하나였다.

수많은 PC방이 있었고,

수많은 게이머들이 있었고,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들어 하드웨어 성능을 테스트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젠슨 황 역시 한국을 조금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엔비디아는 한국 시장을 통해 성장했고,

한국 게이머들은 엔비디아 덕분에 더 좋은 게임 환경을 누릴 수 있었다.

어찌 보면 꽤 오래된 윈윈 관계였던 셈이다.

그러고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학창 시절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하겠다고 쏟아부은 용돈,

서든어택 하겠다고 충전했던 시간,

8800GT가 달린 컴퓨터를 맞추겠다고 모았던 돈들이

혹시 아주 조금이라도 엔비디아 성장에 기여한 건 아닐까?

물론 지금 엔비디아 매출 대부분은 AI 데이터센터에서 나오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보면 티도 안 나는 수준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PC방에서 날린 몇 천 원도,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AI 제국의 벽돌 한 장 정도는 보태지 않았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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